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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일본 소방대장의 눈물

입력 | 2011-03-21 03:00:00


동일본 대지진 참사에서 소방관 자위대 경찰 등 ‘제복 입은 사람들(MIU·Men in Uniform)’의 헌신적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도쿄소방청과 자위대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한 수조(水槽)에 바닷물을 투입해 냉각하는 작업을 벌였다. 더 큰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해 방사선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나선 희생정신에 일본 국민은 “미안하고 고맙습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후쿠시마 원전 3호기 냉각작업에 참여한 도쿄소방청 현장출동 간부 3명이 19일 밤늦은 시각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어서 어렵고 위험한 임무였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어느 정도 달성해 충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닷물 살포 직후 주위의 방사선량이 0에 가깝게 내려갔다는 말을 듣고 ‘물이 확실히 수조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지(死地)일 수도 있는 위험한 작전에 투입된 데 따른 인간적 고뇌도 털어놓았다. 도미오카 도요히코 제6방면대장은 ‘무엇이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대원들이었다. 대원들은 매우 사기가 높았고 모두 열심히 일했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후쿠시마로 출발하기 직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부인에게 출동 사실을 알렸고 “믿고 기다리겠다”거나 “일본의 구세주가 되어 달라”는 답신을 받았다. NHK TV는 기자회견 도중 일단 생중계를 중단했다가 가슴 뭉클한 답변이 이어지자 한 시간 반쯤 뒤 전체 회견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위기 상황에서 ‘제복 입은 사람들’의 역할이 각별히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휴전선 북쪽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까지 존재하는 한국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우리 군인 경찰관 소방대원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일본 못지않게 개인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몸을 던질 자세가 돼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일부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하지만 국가를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의 제복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 언론도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할 필요가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