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사 폴 발리 지음·박규태 옮김 576쪽·2만8000원·경당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을 뽑아내 엮었다. 특히 일본인들의 미적 감각에 집중했다.
“일본인들은 지속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아닌, 깨어지기 쉽고 빨리 지나가버리며 사멸하기 쉬운 것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사멸하기 쉬운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감수성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깔려 있다.”
광고 로드중
일본의 유명한 교토 료안(龍安)사 정원에서도 춥고 시들고 쓸쓸한 것을 중시한 미학을 찾아낸다. 저자는 “돌과 모래로만 구성된 료안사 정원의 철저하고 엄격한 배치는 쓸쓸한 것을 중시한 중세 미학의 궁극적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헤이안 귀족들이 가지고 있던 세련된 궁정미, 즉 ‘미야비(雅)’를 일본인들의 근본적인 취향을 반영한 미의식이라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우아하고 절제되고, 그리고 미묘하게 암시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미야비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본인의 미의식으로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의 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물이나 사건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 혹은 ‘사물이나 사건에 감동할 줄 아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일본 교토 료안사 정원.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1910∼1998) 감독의 전쟁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채 그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유한한 속성에 대한 일본인의 영원한 감수성을 잘 보여준 탁월한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하며 일본인의 속성을 읽어내려 한다.
광고 로드중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