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정치부장
한나라당은 15일 재·보선 후보등록을 마감했다. 하지만 분당을 예비후보 명단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이름은 없었다. 그의 출마 여부를 놓고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런데 왜 정 전 총리일까.
정운찬 후보론엔 親李의 不姙공포
여기엔 정권을 창출하고도 아직까지 마땅한 후계자를 내지 못한 친이(친이명박) 집권세력의 불임(不姙) 공포가 숨어 있다. 충청 출신인 정 전 총리가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 검증까지 거치면 내년 대선정국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정운찬 후보론’의 바닥에 깔려 있다. 그리고 이를 물밑에서 밀어붙이는 이가 이재오 특임장관이란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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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장관은 2008년 18대 공천 때도 ‘이재오 사천(私薦)’ 논란을 빚지 않았던가. 이번 재·보선에선 좀 자제하는 게 본인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더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정운찬 후보론’을 둘러싼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정 전 총리 자신에게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 전 총리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마다 모호한 말로 논란을 키웠다. 2007년 대선 때도 몇 개월을 저울질하다 중도 포기했다. 지난달 분당을 출마 여부를 묻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는 “동반성장위원회 등의 업무가 바빠 출마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출마한다, 안 한다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정 전 총리가 이렇게 ‘햄릿형 행보’를 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전략공천하지 않는 이상 분당을 당선이 불안한 마당에 섣불리 나섰다가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출신’이란 정치적 상품가치를 더럽히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어디 흔한가.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이 일개 지역구 출마를 놓고 너무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은 보기가 좀 그렇다.
정 전 총리는 모호한 말로 논란 키워
분당을에 매달리는 강재섭 전 대표는 측은함마저 자아낸다. 한때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 빗대 ‘토니 강’으로 불리며 이회창의 아성에 도전하려던 ‘TK(대구경북)의 적자(嫡子)’였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룰 파동 때는 대표직은 물론이고 의원직 사퇴까지 내걸어 분란을 잠재웠고, 2008년 공천심사 갈등 때는 ‘총선 불출마’ 카드도 던졌다. 그렇게 대표직, 의원직을 ‘초개처럼’ 던졌던 그가 오늘날 갖은 수모를 무릅쓰고 분당을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러니 “18대 총선 불출마는 박근혜 바람 때문에 대구에서 떨어질 것 같으니 선수 친 것 아니냐”는 말이 도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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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정치부장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