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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日本 대지진]죽음을 뛰어넘은 희생… 그리고 기적

입력 | 2011-03-16 03:00:00

“절망만 있는건 아니다”… 96시간만에 매몰 남성 구조




‘고립된 주민들은 서로서로 돕고 있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폐허로 변해버린 일본 미야기 현 게센누마 시를 둘러본 뒤 송고한 14일자 르포 기사에서 상부상조 미덕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국민정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타임지 기자가 언덕에서 만난 주민 수구와라 도메오 씨는 사흘 전부터 거리를 배회하는 송아지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수구와라 씨로부터 “송아지 주인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타임지 기자는 “왜 주인도 없는 송아지에게 먹이를 주느냐”는 질문에 “송아지가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주방 일을 책임지던 요리사 사토 씨는 참사 이후 재난 담당자로 변신해 있었다.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온다는 경보가 내려지자 그는 국도에 나와 지나가는 차들을 언덕으로 유도했다.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일일이 집을 방문해서 직접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혈육을 지키려 한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4일 오후 이와테 현 미야코 시에서는 붕괴된 주택 속에서 할머니와 어린 손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할머니가 살고 있던 이 집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수백 m나 떨어진 기차 선로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양팔로 꼭 끌어안은 모습 그대로 누워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내가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할머니가 아이를 돌봐 주셨다”고 오열했다.

14일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에서는 건물 잔해 속에서 생후 4개월 된 여자 아기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본보 15일자 A1면 사진 참조).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소속 군인들은 한 집 한 집 확인하면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는 것. 군인들이 어지럽게 쌓인 나무와 지붕 등을 치우고 진흙더미를 걷어내자 기적과도 같이 아기가 보였다고 한다. 울고 있던 아기의 몸은 차갑게 젖어 있었지만 다행히 상처는 없어 보였다. 군인들은 수소문 끝에 대피소에 있던 아기 아버지를 찾아 아기를 건네주었다. 자위대 관계자는 “4개월 된 여자 아기의 이야기는 구조작업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우리는 더 열심히 (생존자 구조를 위해 땅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에서는 25세의 한 남성이 지진 발생 96시간 만인 15일 오후 구출됐다. NHK방송은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2층 건물을 수색하기 시작한 구조대가 잔해 속에 누워 있던 남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다리 부상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나흘간 쉬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테 현 오쓰치 정의 의사 우에다 도시로(植田俊郞·56) 씨는 진료를 하다 쓰나미가 덮치자 동료 의사와 간호사 등 18명과 병원 건물 4층 옥상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다음 날 오후 자위대 헬기에 의해 구조돼 인근 피난소로 옮겨졌다. 피난소에는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다행히 우에다 씨는 옥상으로 달려가면서 청진기와 혈압계, 주사용구 등이 든 가방을 챙긴 상태였다. ‘이제는 내가 구원에 나서야 할 차례’라고 생각한 그는 피곤한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피난소 한쪽에 간이진료소를 차리고 피난민들을 한 명 한 명 돌보기 시작했다. 장비도 약도 부족하지만 고령 피난민 등 의지할 곳 없는 이들에겐 종합병원보다 더 소중한 간이 진료소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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