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편<2>충분히 검사 안하면 오진 등 이유로 중복되더라도 많은 검사오후 2∼4시 가장 혼잡··· 예전의 신속입원 위한 편법은 사라져
이진한 기자(이하 이) : 응급실에 간 환자들이 느끼는 것이 유독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인데요.
신상도 교수 : 큰 병원 응급실일수록 대개 중복되더라도 많은 검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충분한 검사를 안 하면 오진할 수 있고 또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이죠. 병원들이 과별로 진료 실적을 비교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병원도 적자를 내면 안 된다는 점도 이해가 되지만 환자 한 명 치료가 큰 실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는 점은 답답한 일입니다.》
▽이=큰 병원 응급실을 찾아간 환자는 보통 치료비를 어느 정도 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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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학병원 응급실이란 ‘여기서 해결 못하면 환자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고 비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치료비를 많이 내고도 환자는 응급실에서 찬밥신세일 때가 많습니다. 응급실에서 위급한 환자들을 먼저 보는 중증도 분류를 하면 좋을 텐데요.
▽신=큰 병원들의 경우 중증도 분류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응급실에서 그러지는 못합니다. 중증은 아니더라도 통증이 심한 환자, 강간과 같은 사고를 당한 환자를 먼저 진료해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을 때 환자는 ‘내가 덜 위급하니까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빨리 진료를 받으려면 응급실에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아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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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지만 응급실이란 환자 수보다 응급인가 아닌가의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응급환자는 언제든지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환자들은 본인의 질환 상태와 치료 등에 대해 상세히 듣길 원합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것 때문에 불만도 많습니다.
▽신=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도 나중에 전혀 못 들었다고 말하는 환자가 60% 이상이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심근경색, 뇌출혈, 암 등 중한 진단을 받은 환자일수록 그 충격 때문에 의사의 설명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나중에 소식을 듣고 몰려온 가족이 ‘왜 병에 대한 설명도 없느냐, 도대체 왜 입원을 해야 된다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차트를 보면 이미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병 상태를 자세히 설명했다는 기록이 돼 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의 알 권리와 설명 의무 때문에 병에 대해 자세히 알리고 그러한 사실을 차트에 적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권=응급실에선 늦게 온 가족과 교대한 의료진 간에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족은 설명을 안 해준다고 하고 의사는 이미 차트에 설명했다고 쓰여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그 때 양자가 모두 없었으니 참 답답한 상황이죠. 힘들지만 응급실 근무자가 다른 의사로 바뀐다는 것을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알려주면 이런 일이 좀 줄어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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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무래도 응급실이 특수한 곳이라 환자 입장에선 드는 비용에 비해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행시스템의 한계입니다. 물론 젊은 전공의들도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권=환자 입장에선 정말 급해서 정신없이 찾아 왔는데 나보다 젊은 의사가 쌀쌀맞게 ‘접수하고 오세요’라고 말하면 먼저 기분부터 상하죠. 의학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도 중요합니다. 의사 교육훈련 시스템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일반 환자 이외 암 환자가 입원을 목적으로 응급실을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신=예전엔 입원을 빨리 하는 방법으로 응급실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보기 힘듭니다. 응급질환의 증상이 있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대개 외래로 다시 보냅니다. 말기 암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는데 입원시킬 수도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을 때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참 고통스럽습니다.
▽이=빅 5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암센터를 만들었지만 정작 말기 암 환자들은 응급실 이외엔 갈 곳이 없어요. 최근엔 인천성모병원에서 이런 환자들을 위해 재발전이암병원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권=완화의료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투자비보다 수익이 적기 때문에 적자경영이 불가피하거든요. 말기암 환자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