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이동진. 포털아트 제공
문방(文房)은 문사(文士)의 방입니다. 문사는 학문을 닦는 선비, 문필 종사자, 문학적 재능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글을 공부하고 글을 짓는 사람들입니다. 문방사우(文房四友)는 그런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도구인 지필묵연(紙筆墨硯), 즉 종이, 붓, 먹, 벼루를 일컫는 말입니다. 문방사우는 시서화(詩書畵)를 가까이 하고 살던 양반문화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시를 짓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양반문화의 핵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명필 추사 김정희는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70평생에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七十年 磨穿十硏 禿盡千毫)’고 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산 정약용의 주요 저작물이 전남 강진에서의 18년 유배생활 동안 완성되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문화적 유산은 고난의 세월을 견뎌낸 문사들이 문방사우와 함께 만들어낸 인고의 산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문방사우는 시서화의 도구이나 그것이 한데 어우러지면 정신적 수양에 기여합니다. 여유와 여백이 생기고 고요한 관조와 웅숭깊은 심도가 조성됩니다. 그래서 유배당한 사람들조차 마음이 어지러우면 먹을 갈고 붓을 들어 한지의 여백에다 마음을 압축하고 풀어 시를 짓기도 하고 글을 짓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귀양살이를 할지라도 문방사우와 책만은 박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의 양반문화는 학예를 존중하는 바탕만은 분명하게 보여줬다 하겠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