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업계 직격탄… ‘정유’는 반사이익… ‘전자’는 불투명
우리 기업들은 11일 일본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피해는 없는지, 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파악하는 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287개사로, 주재원 900여 명과 현지 직원 5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본에 법인이나 공장을 둔 기업들은 연락망을 가동했으나 오후 내내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애를 태웠다. KOTRA는 도쿄KBC 사무실 집기가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졌지만 현지 우리 기업에 심각한 인적, 물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진동에 민감한 장비의 오작동을 막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54분부터 기흥 및 화성 반도체공장, 천안 및 탕정 LCD 생산장비의 가동을 1시간 30분가량 중단하기도 했다.
통신업체들은 일본 국제전화가 폭주하자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KT에 따르면 이날 오후 5∼6시 한국에서 일본으로 거는 이동전화는 평소의 91배, 유선전화는 41배로 폭증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한 뒤 한동안 일본으로 거는 국제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우회루트로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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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정유, 전자 등 일부 업종은 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본의 동종기업이 적지 않아 특수(特需)를 누릴 가능성도 있지만 해당 업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는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호쿠에 있는 일본 자동차 업체의 공장이 주로 일본 내수용 차를 만들고,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시장으로의 수출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진 피해지역에 일본 정유공장이 밀집해 있어 우리 정유업계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이어서 조만간 국제시장에서 원유가격이 떨어지고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석유제품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일본 부품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번 지진으로 동반 타격을 입을 가능성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다소 오르는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공존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