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창 올랐죠, 한 선수 한대요”
이종승 기자 uriesang@donga.com
○ ‘대타’로 나와 주전 꿰차
다스릴 선(敾), 물가 수(洙). 운동선수 이름이 ‘선수’다. 딸만 셋을 둔 부모님이 뒤늦게 얻은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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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상 빛을 못 볼 뻔했다. ‘산모도 아이도 위험하다’며 의료진과 가족들이 출산을 만류했지만 어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머니가 무척 강단 있으세요. 제가 승부욕이 강하다는 말을 듣는데 아마 어머니를 닮아서 그럴 거예요.”
부천 소사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그는 공격수를 거쳐 6학년 때 세터를 맡았다. 중고교를 거치면서도 주전을 놓치지 않았으나 배구 명문 한양대에 입학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대학을 다닐 때 스포트라이트는 인하대의 몫이었다. ‘천재 세터’라 불리던 유광우(삼성화재)를 비롯해 김요한(LIG손해보험) 임시형(KEPCO45) 등이 포진해 있던 인하대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2007년 드래프트에서 유광우는 1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그는 2라운드에서 선발됐다.
“1라운드(에서 뽑힌) 선수와 2라운드 선수는 차이가 있죠.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을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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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했죠.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으니까요. 아쉬움을 달래려고 훈련에 더 몰두했어요.”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2008년 2월 선배 김영석이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선수는 김영래와 돌아가며 세터를 맡았고 6라운드부터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저는 그때 잃을 게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판단했죠. 선배의 부상이 안타까웠지만 프로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 안 되잖아요.”
○ “코트에서는 선후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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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할 때는 제가 코트의 지휘자예요. 선배들한테도 코트에서는 반말을 하죠. 물론 밖에서는 그렇게 못해요(웃음). 처음에는 선배들에게 건방지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이해해 주시죠. 코트에서는 선후배가 없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대타’로 데뷔해 주전 선수가 됐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선수는 2% 부족한 선수로 통했다. 세트 후반이 되면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신영철 감독이 2009년 2월 대한항공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하게 된 것도 한선수를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뛰면서 얻은 게 많아요. 특히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통해 스스로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흐름에 따라 경기를 하는 법, 그런 걸 몸으로 배웠죠.”
한선수는 올 시즌 세트당 12개 이상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절묘한 볼 컨트롤로 세트당 0.2개 이상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세터 중에 유일하게 이 부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에 온 뒤 매 시즌 간절하게 우승을 원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되레 마음을 비웠는데 결과가 좋네요. 챔피언결정전에 어느 팀이 올라와도 자신 있어요.”
어릴 때는 창피했지만 지금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좋다는 한선수. 어느덧 그의 이름은 배구 선수의 대명사가 됐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한선수 ::
△생년월일: 1985년 12월 16일 △체격: 189cm, 80kg △포지션: 세터 △가족: 아버지 한석권 씨(64)와 어머니 김봉선 씨(57)의 1남 3녀 중 막내 △출신교: 부천 소사초-화성 송산중-수원 영생고-한양대 △주요 경력: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 입단,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취미: 게임, 뮤지컬 관람 △주량: 소주 3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