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있는 사람”… “허풍쟁이”… “살해 협박꾼”
덩의 변신? 조금씩 달라진 얼굴 동아일보가 확보한 덩신밍 씨의 중국 신분증 및 국내 외국인등록증. 맨 위 신분증 속 덩 씨의 주소는 산둥(山東) 성 텅저우(등주)시로 돼 있으나 두 번째 신분증에는 상하이(上海) 시 푸둥(浦東) 지역으로 바뀌어 있다. 마지막 사진은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급한 덩 씨의 외국인등록증.
“덩 씨는 ‘위’에 있는 사람.”(P 전 영사)
중국 상하이(上海)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뒤흔든 덩신밍(鄧新明·33·여) 씨에 대해 총영사관 출신 영사들은 이같이 말했다. 덩 씨와의 불륜 및 정보 유출 의혹으로 이미 사표를 제출한 법무부 소속 H 전 영사 외에도 지식경제부 소속 K 전 상무관과 외교부 소속 P 전 영사, K 전 경찰영사 등 3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및 대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기억하는 덩 씨에 대해 털어놨다. 세 사람 모두 최근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
사건에 연루된 전 영사들은 덩 씨를 영사관 관계자를 통해 소개를 받거나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고 말했다. K 전 상무관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발령 이후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내 이삿짐이 밀수품으로 오인되는 일이 있었다”며 “영사관 차원에서 해결이 안 돼 검찰 조사까지 갈 뻔했는데 K 전 경찰영사로부터 소개받은 덩 씨의 전화 한 통으로 바로 해결됐다”고 첫 만남 과정을 소개했다. 이삿짐 문제가 마무리된 직후 K 전 상무관은 시내의 한 고급 음식점인 ‘시자오빈관(西郊賓館)’에서 덩 씨를 처음 만났다. 그는 “와인 한 병을 시켜놓고 앉아 있는데 한눈에도 그 기가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K 전 경찰영사는 “2008년 이전 한 선배로부터 덩 씨를 소개받았다”며 “도움이 급한 K 전 상무관에게 덩 씨를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덩 씨가 우연을 가장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정황도 보인다. H 전 영사는 평소 주변 지인들에게 “덩 씨를 자동차 접촉 사고 현장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덩 씨가 영사들을 대상으로 미행과 도청 등을 수시로 해왔다는 영사관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미뤄 볼 때 덩 씨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H 전 영사의 위치정보를 의도적으로 파악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P 전 영사는 자신이 덩 씨와 접촉하게 된 계기가 잦은 공항 출입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상 의전 등을 위해 공항 출입을 자주 했다”며 “(덩 씨는) 위에 있는 사람이니까 누가 오가는지 보고 관심이 가면 연락을 해 오는 식으로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끈
하지만 다른 영사들과 달리 K 전 경찰영사는 덩 씨의 출신 및 능력에 대한 세간의 소문이 상당히 허황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덩 씨가 말로는 시장도 알고 당서기도 안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20년 수사 경력이 있는 내가 보기엔 허풍에 가까웠다”며 “덩샤오핑의 손녀라는 소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 ‘너 죽인다’ 돌변한 그녀
덩 씨에게 협박을 당해 각서까지 써야 했다고 주장해 온 K 전 상무관은 “지난해 5월 상하이 엑스포까지만 해도 친절을 베풀던 덩 씨가 H 전 영사와의 스캔들 유포자로 나를 의심하면서 협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K 전 상무관은 “지난해 10월 초 덩 씨가 차 유리창에 협박 쪽지를 꽂아 놨다”고 말했다.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종이쪽지에는 ‘아들 2명 다 죽인다. 너네 부부 재수 없다. 18세기야(욕설)’라고 적혀 있었다. 이후로도 수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욕설 및 협박을 보내오던 덩 씨가 이윽고 폭력배까지 동원해 한 호텔 커피숍에서 각서를 쓰고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협박했다는 것. K 전 경찰영사는 “덩 씨를 만나면 만날수록 정체가 불분명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