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키우듯… 환경변화에 큰 영향 안받아”
세이셸 라디그 섬 유니언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알다브라 거북 등에 올라탄 채 놀고있다. 세이셸=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달 1일(현지 시간) 오후 세이셸공화국 부속섬인 라디그 섬 서쪽 해안. 바다 빛깔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난 셰 마스통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 옆 바위틈에서 거북 한 마리가 망고를 먹고 있었다. 세계적인 희귀종이지만 거북 집은 따로 없었다. 코코넛 나무를 지붕 삼아, 바위틈을 집 삼아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유니언 이스테이트 공원에는 거북 수백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 섬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반드시 찾는 곳. 섬에 사는 어린이들이 거북 등에 올라 탄 채 마치 경기를 하듯 놀고 있었다. 공원 관리자들은 제지하지 않는다.
지난해 대전시가 세이셸에서 알다브라 거북을 기증받는 데 역할을 한 정동창 세이셸 명예영사(52)는 “세이셸의 시골 농가에서는 강아지나 돼지 키우듯 한다”며 “환경 변화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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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레스토랑 뒤편 정원에서도 거북 1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현지 주민은 “거북의 외국 반출은 엄격하게 제한되지만 국내에서는 허가를 받으면 언제든지 트럭 등으로 옮겨올 수 있다. 몇 년 전 작은 산사태가 거북을 덮쳤는데 흙을 파헤치자 한 놈만 등껍질이 파손됐을 뿐 모두 건강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동물원에 있는 알다브라 거북을 올해 개장하는 한밭수목원 식물원으로 옮긴다는 계획 아래 시민 여론을 살피고 있다. 이전과 사육에 드는 비용은 당초 알려진 5억∼6억 원과는 달리 1억 원 안팎이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이셸=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