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고물가가 소비생활 바꿨다
구제역과 고물가로 소비패턴과 생활상이 바뀌고 있다. 고기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콩, 두부, 두유 등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식품을 찾는다. 또 대중교통 이용자가 많아졌다. ‘알뜰살뜰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꿩 대신 닭’, 대체소비 증가
회사원 이지호 씨(51·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구제역과 흰 우유가 큰 상관이 없다는 건 알지만 요즘에는 흰 우유에 선뜻 손이 안 간다”면서 “두유 한 박스를 사와 우유 대신 마신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젖소가 도살처분돼 우유 공급에 차질을 빚자 우유보다 보존 기간이 길고 가격이 20∼30% 싼 두유의 소비가 늘고 있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2월 11∼24일 최근 2주간 두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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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지현 씨(35)는 돌을 앞둔 둘째 아이의 이유식 만들기를 포기하고 최근 배달 이유식을 주문했다. 쇠고기, 채소, 생선 가격이 모두 치솟아 1월 한 달 이유식 재료비만 24만 원이 든 반면 배달 이유식은 한 달에 17만 원 정도. 그는 “3년 전 첫아이 이유식을 만들 때는 한 달에 10만∼12만 원 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비싸다”며 “첫아이 간식으로 자주 주던 브로콜리나 양배추도 너무 올라서 가끔 산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 씨(53·인천 연수구 연수동)는 “외식은 꿈도 못 꾸고 고기류는 물론 채소, 생선까지 모두 올라 집에서 요리하기도 겁난다”면서 “김치찌개를 끓일 때 돼지고기를 적게 넣는 등 재료를 덜 쓴다”고 말했다.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외식비가 큰 폭으로 오르자 라면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가 2월 7∼27일 전국 4800여 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컵라면과 봉지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8%, 4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주태정 라면 상품기획자는 “컵라면보다 가격이 싼 봉지라면을 집에서 먹는 ‘알뜰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고유가에 ‘그린 라이프’로 전환
맞벌이인 임모 씨(34·서울 금천구)는 이달 초부터 아내와 자가용을 바꿔 쓰고 있다. 인천까지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임 씨가 아내의 경차를 쓰고, 직장이 여의도인 아내가 임 씨의 중형차를 쓰는 것. 임 씨는 “곧 출산하는 아내가 휴직을 하면 차를 한 대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5)는 결혼생활 5년 만에 ‘첫 차’를 장만했지만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주말에만 차를 이용하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휘발유값은 소비 감소와도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9∼12월 매달 580만∼590만 배럴의 휘발유가 소비됐지만 올해 1월 들어 541만2000배럴로 떨어진 것. 매년 1, 2월에 휘발유 소비가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이 같은 감소세는 급격한 편이다. 경기 고양시 자유로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는 “2월 매출이 1월보다 20% 정도 떨어졌다”며 “서울로 출근하는 길에 기름을 넣던 손님이 많이 줄어서 오전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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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