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저소득층 엥겔계수 5년만에 최고… 식품물가 급등에 딴 곳서 허리띠 졸라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가 식료품·비주류음료를 사는 데 쓴 돈(명목가격 기준)은 월평균 31만6936원으로 집계돼 2009년의 29만7652원보다 6.5%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가격 기준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비는 같은 기간 25만7067원에서 25만8256원으로 0.5% 늘어나는 데 그쳐 소비는 거의 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실질가격은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제거한 것으로 실제 소비물량의 증감을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가격이 무려 35.2%나 급등했던 채소(채소가공품 포함) 지출은 명목 기준으로 전년보다 22.9% 급증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오히려 3.3% 줄었다. 소비자들이 채소를 덜 먹었지만 채소 소비에 쓴 돈은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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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식료품비 지출로 인한 부담은 엥겔계수로도 나타났다. 가계의 소비지출(생활비) 가운데 식료품·비주류음료를 사는 데 쓴 돈의 비율을 의미하는 엥겔계수는 지난해 13.86%로 전년의 13.85%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실질기준으로 본 지난해 엥겔계수는 12.94%로 전년의 13.39%보다 낮아져 실제 식료품 소비는 소폭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비 증가로 인한 가계 고통은 저소득층일수록 컸다. 소득 5분위 중 1분위(하위 20%)의 엥겔계수(명목 기준)는 20.47%로 전년(19.98%)보다 높아지면서 2005년의 20.70%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반해 소득 5분위(상위 20%)의 엥겔계수는 같은 기간 11.31%에서 11.45%로 소폭 상승에 그쳤고, 소득 4분위는 13.09%에서 12.81%로 오히려 하락했다.
통계청의 김신호 복지통계과장은 “식료품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줄일 수 없는 기본 소비량이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오른 식료품 가격을 감당하느라 다른 분야에서 더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