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렸던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증시는 2.7% 폭락했다. 증시 마감 직전에 도이치증권의 서울지점 창구에서 2조 원가량의 매물을 쏟아낸 것이 폭락 원인이었다. 증시는 혼란에 빠졌지만 파생상품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은 큰 이득을 챙겼다. 도이치증권이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지수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도이치증권 측은 차익거래 청산을 위한 거래였다고 부인했다.
금융감독원은 어제 도이치증권 모회사인 도이체방크의 시세조종 혐의를 검찰에 통보하고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과 함께 6개월간 장내 파생상품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국내외 증권사 가운데 모회사가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외국 금융기관과 투자가들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도이체방크 계열사 직원들이 공모해 448억 원의 부당 시세차익을 얻은 사건으로 결론지었으나 위법성과 고의성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감원이 도이치증권의 위법성을 밝혀내지 못하면 외국 투기자본은 한국 증시와 국내 감시 시스템을 더 얕잡아 볼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들은 이런 유형의 주식 불공정 거래에 단호히 대처한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제왕처럼 온갖 간섭과 통제를 하면서도 외국 금융기관의 불법 행위는 철저히 추적하지 못했다. 금감원이 고도로 지능화된 국제 금융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탓이 크다. 외국의 금융 감독기관과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