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자 나가, 커튼 쳐” 그리고 때리기 시작했다
“김 교수 입에서 ‘반주자 나가, 커튼 쳐’라는 말이 나오면 학생들은 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짧은 두 마디는 폭행을 알리는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김인혜 서울대 음대 교수(49·여)의 제자 폭행 및 금품수수 의혹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음대 관계자인 A 씨는 e메일과 전화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 교수의 폭행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고 증언했다. A 씨와의 인터뷰는 어렵게 이뤄졌다. 그는 e메일도 다른 사람의 것을 빌려 썼고 전화는 언제나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돼 있었다. 그는 “김 교수의 영향력이 그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다. A 씨는 역시 익명의 e메일로 서울대에도 김 교수의 폭행이나 공연 티켓 강매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의 제보를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를 토대로 관련 증언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발성을 가르치려고 때린 정도가 아니라 여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다니고 꿇어앉은 학생의 무릎을 발로 찍어 누르기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말 음대 연습실 앞에서 퉁퉁 부은 볼을 손으로 가린 채 울며 뛰쳐나가는 음대 여학생 D 씨를 목격한 적이 있다. 그는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두 뺨이 부어 있었다”며 “김 교수 허락 없이 콩쿠르 반주자를 바꿨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룩셈부르크에서 있었던 참가비 800여만 원짜리 성악캠프도 거론했다. A 씨는 “뺨을 엄청 맞았던 D 학생이 한 달 뒤 있을 오페라 연습 때문에 캠프에 불참한다고 했다가 김 교수에게 또 맞았고 결국 캠프에 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오페라 연주를 지휘한 교수와 김 교수가 다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사건 이후 학교에서 D 학생을 못 봤다. 12월 초 기말고사를 보려고 한 번 나온 뒤 아예 외국에 나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자신이 출연한 공연에 박수 소리가 작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때렸다는 진정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김 교수가 공연이 끝나고 분위기를 띄우지 못했다며 제자 중 가장 선임이던 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린 적이 있다고 한다. 맞은 학생이 아예 성악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휴학까지 했지만 부모가 김 교수를 찾아가 오히려 무릎 꿇고 빈 뒤 복학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티켓 강매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A 씨는 “3년 전 김 교수가 서울시오페라단의 ‘돈 카를로’ 공연에 출연했을 때 티켓을 할당량의 반밖에 못 팔았다며 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분장실에서 학생을 때렸다고 한다. 현재 김 교수의 조교인 E 씨도 티켓을 많이 팔지 못했다고 책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A 씨는 “형편이 어려워 평소 김 교수 공연 티켓을 한두 장밖에 사지 못하고 고가 선물을 하지 못했던 학생이 수업 중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하자 김 교수가 ‘너는 벼르고 있었다’며 심하게 구타했다는 이야기를 피해 학생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학생이 ‘김 교수가 너무 무섭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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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