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17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올 상반기 안으로 구글TV의 생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되풀이하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3월 구글TV의 존재가 언론에 알려진 이후 거의 1년이 흘렀지만, 삼성은 여전히 구글TV 참여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自社) 운영체제(OS)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 소니에 이어 TV업계 세계 1, 2위인 삼성과 LG전자에도 이미 참여를 요청한 상태다. 전자업계에선 삼성이 TV시장 리더로서의 위상과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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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에서 OS가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하드웨어 업체가 전체 이윤의 10%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PC시장처럼 TV산업도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이 40조 원에 이르는 TV시장을 먹기 위해 경영 상황이 안 좋은 소니를 ‘숙주’로 삼아 구글TV를 내놨다”며 “삼성은 TV OS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고 있는 이점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이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단적인 예로 윤 사장이 지난해 7월 “2010년 4분기까지 총 700개 이상의 자체 TV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재 ‘삼성 앱스’에 올라와 있는 TV 앱은 지난달 기준으로 380여 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외부 개발자들을 포괄하는 앱 생태계도 아직 취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8년 앱스토어를 내놓고 꾸준히 관련 생태계를 키워온 애플과 달리 삼성과 LG전자는 뒤늦게 앱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쓸 만한 TV용 앱을 구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앱 콘테스트’를 벌이고 있지만 이른바 ‘킬러 앱’(소비자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모을 수 있는 앱)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면서 “TV에서 매력을 끌 수 있는 앱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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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