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사장은 8·15 특별사면 직후 특사로 못 나가게 되면서 마음이 틀어졌습니다. '내가 도마뱀이 꼬리 자르는 걸 보여주겠어. 법정서 (진술을) 뒤집으면 돼'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 9억 원 수수 의혹' 사건 7차 공판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와 함께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었던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한 사장이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 준 사실을 진술하면 가석방으로 내보내 줄 것을 기대했었다"며 이 같이 진술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건설업을 하던 김 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돼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조사 받으러 나왔다가 기결수 대기실에서 일산에서 사업차 만났던 한 사장을 다시 만났다"며 "어떻게 (검찰청에) 왔느냐는 질문에 한 사장은 '뇌물을 준 게 문제가 될 것 같다. 정치자금법으로 돌려 봐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한 사장은 2007년 3, 4월 한 전 총리 아파트 근처에서 3억 원 씩 실어다 줬고 8월에도 3억 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당시 한 사장이 여행용 가방에 담아 전달했다면서 가방 모양을 손동작으로 그려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한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네고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을 만났다면서 '약발이 먹혔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묻는 검찰의 신문에 김 씨는 "한 사장은 구속되고 나서 한 전 총리가 당연히 찾아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아 섭섭하다고 했고 8·15 특사로 풀려나지 못해 검찰에도 섭섭해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 사장이 진술 번복을 준비하며 (9억 원 가운데) 3, 4억 원은 교회 공사 대금으로 출처가 있다고 했고 나머지 5억 원은 나에게 차용증을 써달라고 부탁하면서 일이 잘 해결되면 일산에서 함께 사업하자고 유혹했다"고 밝혔다. 구속되기 전에 추진하던 사업으로 때마침 다른 사람에게 5억 원을 빌려 차용증을 써준 적이 있던 김 씨에게 5억 원을 자신이 빌려준 것처럼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김 씨는 또 "A4 용지 20장 분량으로 법정에서 뒤집을 진술 내용을 적어 구치소에서 중얼중얼 외우곤 했다"고 전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