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논설위원
公正을 殺처분한 개혁실세 떡값
인부들부터 함바집, 하청업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체까지 뒤엉켜 완공 때까지 제각기 최대한 이득을 올리려는 곳이 건설현장이다. 정부에도 이념과 비전을 공유하기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던 업자들로 그득하다. 5년 안에 공기업 감사 자리라도 꿰차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는 이들이 차고 넘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장수만이 누군가. 고려대·영남·소망교회 출신이라는 3박자를 유일하게 갖춘 ‘고소영 인사’의 원조다. 2009년 국방부 왕차관 시절 국방예산 삭감안을 장관을 건너뛰고 청와대에 직보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리베이트만 없애도 국방예산의 20%는 삭감할 수 있다”던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였다.
당시 장 차관한테 하극상당한 이상희 국방장관이 “국방예산 증가율은 경제논리와 재정회계의 논리를 초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경제논리에 따라 안보조차도 희생할 수 있는 정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청와대에 보낸 편지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작년 3월 천안함 피폭 사태가 터지자 즉각 국방예산이 적정한지 논란이 벌어졌고, 국회 국방위원회는 올해 예산을 정부안보다 7333억 원 늘려 의결했다.
물론 실세 장수만이 군의 사기와 예산을 깎은 탓에 천안함 피폭이 일어났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와 소임을 아는 사람이면 떡 사먹을 돈이 없어 차라리 굶어죽더라도 떡값은 받아선 안 되는 법이다. 그가 무너지자 당장 방위산업체에선 방위산업의 부정을 막는 법을 이끌 강력엔진이 제거됐다며 장수만세(장수만 만세)를 부른다지 않는가.
인부 먹을 생선살은 뇌물로 갔다
광고 로드중
어차피 부패는 정관계의 직업병이라고 보면 속 편하다. “부패 척결”을 외친 새 정권이 등장해도 또 다른 부패는 예정돼 있을지 모른다. 그런 정권을 다음 선거 때 응징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분노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2011년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대통령의 분신이 해선 안 될 일로 추락하면서 이 정부가 추진하는 옳은 정책까지 흔들릴 우려가 커졌다. 사회가 공정치 못하다고 인식할수록 분배에 대한 요구는 거세진다는 것이 미국 하버드대 알베르토 알레시나 교수의 연구결과다. 정권 실세가 함바집 뇌물을 받아먹는데 우리 아이가 무상급식 좀 먹으면 어떠냐는 억하심정이 솟구칠 수 있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에서 고(高)세율 고(高)복지가 가능한 것은 ‘우리 정부는 부패하지 않는다’는 철석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가치조사기구 ASEP/JDS에 따르면 사회적 신뢰지수가 스웨덴은 134.5인데 우리나라는 56.9, 그리스는 54.6이었다. 우리도 파켈라키(fakelaki·그리스어로 ‘떡값’)라는 말이 판치는 그리스같이 복지를 늘리다간 내 평생 선진국은 돼보지도 못하고 경제·안보 불안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이 정부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 불도저 대통령에 다이내믹 코리아라면 지난 3년간 못 한 일도 2년 안에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공정한 사회’라는 말은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대통령이 “특히 사회 취약계층에 대해 공정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날도 밥심으로 일해야 할 사회 취약계층의 인부들은 생선살 없이 뼈만 떠다니는 ‘사골동태국’을 먹고 있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