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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침출수 비상]구제역 대응 시기도 방법도 틀렸다

입력 | 2011-02-19 03:00:00

■ MB “미흡한 점 있다” 지적




핏물 자국 위에 뿌려진 생석회 경기 여주군의 한 구제역 가축 매몰 현장에서 한 환경운동단체 회원이 침출된 핏물이 하천 쪽으로 흘러 그 위에 생석회를 뿌린 현장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여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을 서두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직접 방문해 구제역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 대책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이같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 대통령은 “1차 매몰할 때 소홀히 한 것이 없는지 정밀 점검을 해서 국민을 안심시키자”면서 “유기적으로 관계 부처가 협력해라.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가 3월 말까지 매몰지 정비 문제를 완결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이날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근 주민이 24시간 언제든 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주민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전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앞으로는 구제역 가축 매몰에 따른 질병 발생이나 환경 재앙 발생에 대한 설명을 전문가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만큼 정부의 구제역 대응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 ‘상자 안 사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즉각 도살처분을 하는 우리나라의 구제역 대책은 이전까지는 국제사회에서 모범답안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구제역 대책이 철저하게 실패했고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이 정도까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앞서 두 번의 구제역을 막았으니 이번에도 잘 막을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거죠.” 지난달 말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의 고백이었다.

실제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해 11월 29일 이래 경북지역만 잘 막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 경기 파주시의 분뇨 차량이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최초 발생 농장에 들렀던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방역당국이 경북에만 매달린 사이 구제역 바이러스는 경기 포천, 강원 원주 등으로 돌아다녔고, 300만 마리 이상을 도살처분하는 재앙으로 이어졌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거침없이 경기도 전역을 휘젓고 도살처분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정부는 도살처분 정책을 고수했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청정국가 유지를 위한 도살처분, 백신 접종 불가 등의 매뉴얼에만 의존하는 공무원 식 ‘상자 안 사고’에 갇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정복 장관만의 책임인가?

전직 고위 관료는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과 농식품부가 과거 매뉴얼에만 매달려 도살처분 방식을 밀고 나간 책임이 있지만, 이를 중간에 막지 못한 것은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작동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총리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엔 구제역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총리 주재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구제역 파동 와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청와대도 구제역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최중경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내정했고 경제수석은 한 달 이상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청와대 내의 누가 최종 컨트롤타워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2월에 임명된 김대기 경제수석이 구제역 TF를 구성했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말이 나왔다. 일본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하면 자위대가 즉각 투입된다. 그러나 이번엔 군 투입 시기가 늦었다. 도살처분이 끝난 뒤 매몰지의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뒤늦게 남 얘기하듯 ‘환경재앙’ 운운했을 뿐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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