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다.”
지난해 3월 초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 개시 직전 군 당국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 며칠 전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을 ‘북침 핵전쟁 책동’이라고 비난하며 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전투동원태세를 발령했다.
당시 군 내부에선 “북한이 매년 한미 군사훈련을 앞두고 써 먹는 협박 공세로 이번에도 말로 그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부 당국도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와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깨뜨리는 도박을 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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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한은 매년 한미 연합훈련 때마다 ‘불벼락’이니 ‘섬멸적 타격’이니 하면서 갖은 협박과 엄포를 계속했지만 군사적 도발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북한의 협박과 엄포를 ‘겁 많은 개가 짖는 소리’ 정도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천안함 폭침은 우리 군의 이 같은 빈틈을 정확히 꿰뚫은 기습 도발이었다. 또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도 얼마든지 군사적 모험에 나설 만큼 무모하고 비합리적인 집단임을 입증하는 계기였다.
28일부터 시작되는 키 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군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도발하겠느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의 잇단 대화 제의 등 미묘한 변화를 볼 때 북한이 이미 유화 국면으로 방향을 정한 만큼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2009년 키 리졸브 훈련 당시 북한이 동해상을 지나는 남측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한 전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해안에 밀집한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 기간시설에 대한 북한의 기습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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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