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영남(부산), 고려대 출신에 이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신자다. 이 정부 들어 잘나가는 이른바 ‘고·소·영’이었다. 고교, 재정경제원 선배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경제특보와 함께 현 정부의 경제운용 틀을 짰다. 일단 일이 떨어지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업무 스타일도 이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1월 국방부 차관이 된 그는 이 정권의 당당한 실세(實勢)였다. 같은 해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은 보고도 없이 국방예산 삭감안을 청와대에 올린 그를 향해 ‘하극상’이라고 공격했지만 정작 옷을 벗은 쪽은 이 장관이었다. ‘장관 위의 차관’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국방예산의 41%에 이르는 12조 원을 주무르는 방위사업청장으로 옮겨간 그는 현 정권에서 그 누구보다도 장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가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와 관련해 수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그에게 상품권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대우건설 본사를 오늘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사건의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함바집 비리와 관련돼 구속 수감된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다가 시 산하 SH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른바 ‘S(서울시)라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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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유사한 측근비리가 터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정권 실세들을 향한 엄중한 경고다. 정권의 나사가 풀려 있으면 이 대통령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은 곧바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