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부검, 타살 의견… 경찰, 남편범행 증거는 못찾아
서울 마포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숨진 아내 박 씨에 대한 부검과 검안 결과 피부 까짐(찰과상)과 피부 내 출혈이 목 좌우에서 여러 군데 발견됐다. 이는 손으로 목을 졸랐을 때 나타나는 흔적’이라는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받았다. 국과수는 의견서에서 ‘이 자국들은 손으로 목을 졸랐을 때 나타나는 흔적’이라며 ‘손으로 목이 졸려 숨졌다고 해서 목에 반드시 손자국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목 내부에는 목졸림으로 인한 상처가 있지만 목 외부에는 흔적이 남지 않았다는 것. 이는 A 씨가 4일 법원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주장했던 “만삭의 임신부가 쓰러지면 목이 자연스레 눌릴 수 있다”며 사고사일 가능성을 제기한 내용을 반박하는 대목이다.
국과수는 “박 씨의 오른쪽 눈과 코 쪽에서 흐르기 시작한 피가 눈두덩이 아래쪽을 타고 흐른 뒤 눈초리에서 얼굴 윗방향으로 흐른 자국도 발견됐다”며 “이는 다른 곳에서 사망한 뒤 욕실로 옮겨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찰은 남편 A 씨가 박 씨를 다른 곳에서 숨지게 한 후 욕조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핏자국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 A 씨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 아내를 죽일 정도로 큰 싸움을 한 정황도 없기 때문이다. 당초 유력한 증거로 알려졌던 침대의 혈흔은 피가 언제 침대에 묻었는지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어 증거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과 사후 첫 모습을 본 사람이 A 씨밖에 없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