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엔 컴퓨터 부속 등 수북… 이웃 “외제차 탄 남자들 들락”
서울 여의도의 한 물품보관업체에 현금 10억 원이 담긴 돈 상자를 맡긴 임모 씨(32)의 과거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돈의 출처가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기자가 찾아간 수도권 지역에 있는 임 씨의 집 앞에는 PC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관련 용품 포장박스와 유무선 공유기, 전자기기 연결 잭, 콤팩트디스크(CD) 등이 쌓여 있었다. 임 씨는 몇 해 전 불법 복권사이트를 통해 수백억 원의 돈을 만졌던 전력이 있다. 이 PC 관련 제품들에 대해 임 씨의 처남이라고 밝힌 이모 씨는 “같이 살던 친척이 분가하면서 내놓은 것”이라며 임 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또 임 씨의 가족들은 그에 대한 언급을 꺼리며 “‘10억 원 상자’가 임 씨와 무슨 관계냐. 가족들은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임 씨가 돈 상자가 발견되기 이틀 전인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것도 그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불법 스포츠복권 사이트를 운영했을 때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은 중국에, 서버는 일본에 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임 씨의 출국에 대해 이 씨는 ”(임 씨가) 해외로 갔다고 들었지만 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임 씨의 한 이웃은 “최근까지 젊은 남자 여럿이 이 집에 드나들었고 외제 승용차 여러 대를 타고 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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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문제의 10억 원이 임 씨가 과거에 불법 사이트로 모은 돈의 일부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2009년 4월 경찰에 적발됐을 때 임 씨는 동업자 5, 6명과 함께 불법 복권사이트를 운영하며 70억여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배당금을 제외하고 불법 수익금은 13억9000여만 원에 이르렀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복권사이트 운영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으로 보였지만 확인할 수 있는 돈은 그것뿐이었다”며 “수사 당시 찾아내지 못했던 돈을 어딘가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