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로는 “개인정보 일정기간 지나면 폐기”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은 배우활동을 하던 2000년 5월경 촬영 일정을 맞추느라 규정속도를 위반해 도로를 달리다 무인단속카메라에 적발돼 과태료 4만 원을 부과 받았다. 그해 1월엔 운전자 적성검사기간을 넘겨 범칙금 5만 원을 부과 받았다. 모두 10년 이상 지난 일이라 김 의원은 기억조차 못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김 의원은 ‘2000년 5월 24일 오후 9시 14분 59초 서울 강남구 수서동 247-24에서 속도위반을 했다’는 자료를 경찰을 통해 입수했다. 적성검사기간 위반 기록도 마찬가지다. 만 10년 9개월 이상 지난 자료가 경찰전산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동아일보와 김 의원실이 국가기관의 개인정보보유 및 유출 실태를 공동 조사한 결과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이 내부 규정 등을 위반해 개인정보를 무한정 축적하면서 남한 인구의 80배가 넘는 약 38억 명(누적 인원)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 사람이 과태료를 두 차례 낼 수 있는 것처럼 여러 건의 개인정보가 생산될 경우 이를 기계적으로 합산한 수치다.
그러나 김 의원실과 취재팀이 행안부와 해당 기관으로부터 이중으로 자료를 받아 비교한 결과 두 기관은 “보유 정보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한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십수 년째 정보를 축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행안부에 보고한 것과 달리 국세청은 38억3045만8483명, 경찰청은 4억6337만3324명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각각 8억1261만6412명(21%), 1억2834만4712명(27%)의 정보를 규정된 기한을 넘겨 보유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개인정보파일의 보유가 불필요하게 된 경우 지체 없이 파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의 출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