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스노 사파리’ 가보니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 동물원이 겨울 사파리 체험현장으로 7일 개관한 ‘스노 스페셜 사파리’ 프로그램에 본보 김범석 기자가 참여했다. 김 기자가 탄 6인승 버 스 바로 앞에 몸무게 380kg짜리 곰 ‘돈키’가 나타났다. 김 기자가 긴장한 채 돈키를 바 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에버랜드
10일 오전 11시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 동물원 내 ‘스노 스페셜 사파리’. 호랑이 사자 백호 곰 등 맹수 60마리가 모여 있는 이곳은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사파리는 대부분 여름에 운영됐다. 그러나 겨울철 추위 때문에 야행성인 맹수들이 낮 활동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에버랜드는 약 1만9834m²(약 6000평) 공간을 겨울 사파리 체험 현장으로 만들어 7일 개관했다. 일반 버스가 아닌 보호망이 쳐진 6인승 차량을 타고 10cm 앞에서 맹수를 보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눈 덮인 습지, 4m 높이의 인공 얼음 폭포…. 그 위를 뛰어다니는 맹수들은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 ‘일촉즉발’ 위험한 동거
호랑이 서식 공간을 지나자 백호 마을이 나타났다. 호랑이들과 달리 비교적 온순해 보이는 백호들 사이로 유독 먼 산을 바라보는 아홉 살짜리 암컷 ‘홍비’가 눈에 띄었다. 홍비는 호랑이와 사자들 틈바구니에서 백호 영역을 지키는 이른바 ‘최전방 경계근무’ 역할을 맡았다. 백호 마을이 가운데 있다 보니 이들은 호랑이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자들까지 경계해야 했다. 문인주 에버랜드 동물원 맹수 담당 사육사는 “동물들끼리 서로 싸우면 사파리 차량을 이들 사이에 대는 방식으로 싸움을 막는다”고 말했다.
○ 출퇴근하는 ‘직업 맹수’들
호랑이, 사자, 백호가 모여 있는 곳이 일촉즉발의 위기 공간이었다면 25마리의 곰이 모여 사는 곰마을은 일종의 ‘재롱잔치’ 공간처럼 보였다. 380kg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를 가로막은 ‘돈키’는 먹이를 주자 한 바퀴를 돌았다. 그 옆 암컷 불곰 ‘소원이’는 “비나이다”를 외치니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대부분 곰들이 사육사가 차 운행 방향의 왼쪽(사육사 탑승 방향)에서 먹이를 달라고 재롱을 피우는 사이 곰들 사이에서 머리가 가장 좋기로 소문난 ‘웅천이’는 오른쪽으로 달려가 기자에게 먹이를 달라고 졸랐다. 문 사육사는 “곰들마다 특징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를 일종의 개인기처럼 사육사들이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삼엄한 공간에서 사육사들은 맹수들과 어떻게 교감을 할까. 정답은 ‘6인승 차량’. 문 사육사는 “먹이를 잘 먹거나 칭찬받을 행동을 하면 맹수에게 차를 살짝 접촉해 ‘너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한다”며 “혼낼 때는 ‘빵빵’거린다”고 말했다. 야행성인 만큼 사육사들 손이 닿지 않는 밤에는 서로 물어뜯고 싸우진 않을까. 문 사육사는 “오후 6시만 되면 이들은 입구에 집합해 각자 우리로 향한다”며 “‘퇴근 시간’은 철저히 지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