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특파원
또 무바라크 독재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을 출국금지했다. 이집트 국영통신 메나는 “검찰이 아흐마드 나지프 총리와 (경찰의 시위대 진압 책임자로 지목된)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공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군 최고위원회나 검찰의 승인 없이는 해외 출국이 불가한 전현직 정부 관리들의 명단이 있다”고 전했다.
시위 메카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13일 수백 개의 텐트가 철거됐으며 광장 바닥에 깔려 있던 담요와 이불도 모두 치워졌다. 곳곳에 방치됐던 쓰레기도 수거됐다. 광장으로 이어진 길목을 지키던 탱크들은 거의 없어졌고 바리케이드도 사라졌다.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중앙로터리와 거미줄처럼 이어진 주변도로를 정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13일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이 동료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탄 채 이집트 국기를 흔들고 있다. 시위 초반에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던 경찰들은 이날 “우리도 시민 편”이라고 주장했다. 카이로=AFP 연합뉴스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검은 제복 차림의 경찰 수백 명이 요란하게 시위를 하는 이색 풍경도 펼쳐졌다. 민주화 시위 초기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국민의 원성을 샀던 경찰관들이 “우리는 시민 편”이라며 참회성 시위에 나선 것. 동료 경찰들의 목말을 탄 젊은 중간 간부들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도록 지시한 인물로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을 지목하며 그의 처벌을 요구했다. 또 경찰관들은 “경찰 복지로 할당된 예산이 다 어디로 갔느냐”며 월급을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시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일각에서는 재소자 탈옥과 문화재 분실이 이어지는 등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기간에 사라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목각상. 연합뉴스
또 수도 카이로에서 12일 교도소에 갇혔던 600여 명의 재소자가 탈옥했다. 이집트 당국은 카이로의 한 교도소에서 이날 아침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뒤 탈옥했으며 외부의 조력자들이 탈옥을 돕고자 교도관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총격 과정에서 여러 명이 숨졌는데 희생자들이 교도관인지 재소자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는 지난달 말 경찰이 치안 유지를 사실상 포기하고 군이 투입되면서 혼란을 틈타 여러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탈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