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리비아는 통치자에 대한 신격화와 정치적 반대파들에 대한 탄압의 강도가 인접한 다른 전제주의 국가보다 높다. 어딜 가나 카다피 초상화가 걸려 있음은 물론이고 외국인조차 ‘카다피’라는 이름 대신 ‘지도자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신고가 들어가면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연행돼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정치범에 대한 대응도 인접국보다 강도가 높다.
상당히 서구화된 튀니지나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집트와는 달리 리비아는 2006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때까지 25년 동안이나 서방의 제재를 받아 개방 속도가 더뎠다.
20세기 후반 이래 독재자가 자신을 신격화한 나라에서 피플파워가 철권통치를 무너뜨린 경우는 1989년의 루마니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루마니아는 독재가 강하긴 했지만 종주국 소련에 깊게 매여 있었고 역시 공산당이 집권해온 이웃 국가들과 오랫동안 친밀하게 얽혀 있어 동유럽 민주화 도미노를 피할 순 없었다. 그런 루마니아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처형될 때까지 비밀경찰이 저항하는 바람에 단 며칠 만에 1142명의 사망자와 3138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만큼 진짜 독재는 무너뜨리기가 힘들다. 앞으로 리비아에도 시민혁명의 불길이 번진다면 북한에도 희박한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리비아가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서도 끄떡없이 버틴다면….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