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시나리오 작가의 사망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영화산업 근로자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하면 처우가 개선될 수 있을까. 작가들에게 영화기금을 나눠주면 킬러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을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작가의 죽음을 막기 어렵고 또 다른 달빛요정의 좌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문화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작가나 연예인의 가치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무단 도용되고 방송국이나 기획사의 표절이 빈번히 발생하면, 작가나 연예인의 복지는 공허한 것이다. 이제 국내 문화산업도 공정한 룰과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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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한 줄의 감동적인 문구를 표현하기 위해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작업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 뒤에 숨겨진 표절에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충분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승자 독식과 재능 있는 작가의 죽음이라고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성공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면 그것에 기여한 작가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보상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와 선진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는 길이다.
작가들이나 연예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고 지키기는 어렵다. 음악저작권협회처럼 집중관리 단체가 효율적으로 권리를 집행하고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달빛요정이 생전에 음원 수익을 거의 받지 못한 사실이 말해주듯 집중관리 방식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집중관리 단체의 허가제를 통해 특정 단체의 독점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집중관리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작가와 연예인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작적 표현이 공정하게 보상받길 원할 뿐이다. 공정한 보상은 업계의 인식 전환과 법제도의 선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문화산업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