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위화감 문제였습니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빈곤층 아이들만을 상대로 무상급식을 하면 낙인찍히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 끼 밥을 먹는 행복보다 10배, 100배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저소득층 학생들이 느낄 위화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지금도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138만 명의 초중고생이 혜택을 받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학교를 통해 무상급식 신청을 받고, 또 학생들이 직접 교사에게 신청서를 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상자가 쉽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정부도 방식 개선에 나섰습니다. 학교 대신 주민센터를 통해 무상급식 신청을 받도록 법을 고쳐 작년 11월 국회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해당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예산 심의에 밀리고, 국회 파행에 치인 탓도 있지만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무성의 탓이 더 클 것입니다.
민주당이 진짜 저소득층 학생들의 눈칫밥을 걱정한다면 당장 국회를 열어 이 법안부터 처리해야 옳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위화감 어쩌고 하는 주장이 거짓에 불과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전면 무상급식은 다른 더 중요한 목적에 써야 할 돈을 빼내서 오로지 먹는데 탕진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선진국이라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렇게 급식을 하지는 않습니다. 의식 있는 국민이라면 귀중한 세금으로 선심이나 쓰려는 정치인들의 얄팍한 속셈을 잘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