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반세기 생이별… 이미 80대 고령
국군포로들이 겪는 고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노예처럼 위험한 불발탄 처리는 물론이고 탄광의 발파공으로, 나이가 들면 벌목공으로 내몰렸다. 그들 가족이 겪는 차별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국군포로들은 이제 80대 고령이다. 문제는 지체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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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문제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가? 물론 체제를 달리하는 분단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체제가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도 문제는 해결돼 왔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 간, 동서독 간에도 포로보다 정치적으로 더 어려운 스파이나 정치범들의 송환이 이루어진 바 있다. 혹자는 북한은 소련이나 동독과 다른 특수한 체제이기에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창호 소위의 귀환 이후 80명의 국군포로가 귀환했으며, 최근 들어 귀환 빈도가 늘고 있다. 여기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국군포로는 돈이 되는 사업이다. 이미 중국과 북한 내 브로커들은 돈이 되는 국군포로를 탈북시켜 가족과 연결해 주고 있다. 탈북한 새터민들도 ‘돈’으로 북한 내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어렵지만 탈출시켜 상봉도 하고 있다. 우리는 국군포로 문제가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인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판 ‘프라이 카우프’ 도입해야
과거 서독은 ‘프라이 카우프(Frei Kauf·자유를 산다)’ 제도를 통해 15억 달러 상당의 현금과 물자를 동독에 제공하고 정치범 3만3000명을 석방시켰다. 미국은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해 유해 한 구당 8만∼9만 달러를 쓰고 있다. 현재 330구의 유해를 귀환시켰다. 반면 우리는, 미 의회 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정부 10년간 69억 달러의 현금과 물자를 북한에 제공했지만 단 한 명의 국군포로도 구출하지 못했다. 우리는 정상회담을 위해 현금 5억 달러를 지불한 적도 있다. 가족들이 국군포로 귀환을 위해 브로커에게 쓰는 돈은 약 1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생존이 확인된 500여 명의 포로를 귀환시키는 데 1억 달러도 들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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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