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訴 패소… “집구경도 못하고 계약금 떼여” 항소 예정
조선업 신규 진출을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한화그룹이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황적화)는 10일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한화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화 측은 ‘산업은행이 계약 체결 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최종 실사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실사 여부와 관계없이 최종 기한까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이 양해각서(MOU)에 포함돼 있고 대금 지급 방식을 변경해 달라며 한화 측이 확인 실사를 미룬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MOU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당시 한화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MOU를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행보증금을 줄여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이행보증금 자체는 거액이지만 6조3000억 원대에 이르는 인수대금의 5%에 불과하고 최종 계약 실패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절차가 2년 이상 지연돼 온 점에 비춰 보면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화 측은 “집을 사려 하는데 집 구경도 못 하고 계약금을 떼인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