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지 문화부
KBS 새 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윤 씨가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과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는 선입관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정말 KBS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프로를 담당한 탐사제작부는 “윤 씨는 시사 프로 내레이터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기자가 담당 팀장과 부장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섭외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양쪽의 어지러운 공방을 정리하면 노조 쪽 얘기는 ‘윤 씨로 정하고 보고도 했는데 팀장 부장이 나중에 반대했다’는 것이고, 팀장과 부장은 ‘보고받은 적도 없으며 나중에 알고 부적격자로 판단해 다른 사람으로 결정했다’는 반박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된 것도 아니다. 새 노조도 “문건 형태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말한 적 없다”며 ‘마음속 블랙리스트’라는 군색한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일선 기자의 견해를 팀장과 부장이 반대한다고 “블랙리스트 때문 아니냐”고 공개 성명까지 내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방송은 전 국민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가 판단하고 팀장이 검토하며 부장이 다시 본다. 문제가 생겼을 때 기자뿐만 아니라 그 위의 팀장과 부장까지 줄줄이 책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 노조도 출연자 선정 권한에 대해 “큰 문제가 없을 경우 (담당 기자가 결정한) 그대로 확정된다”며 ‘큰 문제’라는 단서를 달아 게이트키퍼로서 팀장과 부장의 권한을 인정했다.
강은지 문화부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