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전문기자
위기상황에서 빛난 리더십
탐험대는 작은 보트만 챙긴 채 남극해를 떠다니는 얼음덩어리에 몸을 옮겨 싣고 처절한 투쟁을 시작했다. 섀클턴은 원대한 꿈을 접고 대원들과 살아 돌아가는 것으로 방향을 튼다. 이 목표를 완수하기까지 여러 차례 실패가 되풀이됐고 그때마다 새로운 선택과 궤도 수정이 요구됐다. 마침내 섀클턴은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다섯 대원을 데리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는 영웅적 사투를 거쳐 전 대원을 구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는 아내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드디어 해냈소…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우리는 지옥을 헤쳐 나왔소.”
광고 로드중
‘누구에게나 오늘이라는 그물 속에는/풀어야 할 얼킨 그물과 기워야 하는 찢어진 /그물이 있다/내 키보다 더 높게 쌓인 오늘이란/그물더미 앞에서/헝클어진 오늘의 끝을 찾으려고/서성이는 나는/찢겨진 가닥 어디를 추켜들고 어디를 먼저/기워야 하는가’(전순영의 ‘포구에는’)
남들이 저만치 앞서가는데 이상하게 나만 뒷걸음질치는 듯할 때, 세상의 서슬에 무릎 꺾일 때 이들의 용기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내가 생각한 꿈의 궤도를 따라 도착점까지 직진코스로 달리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며, 궤도 수정이 세상의 끝은 아니라는 것. 지나고 보니 목표 지점에서 우회하거나 멀어지는 듯 보였던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어렴풋이 인생의 참맛도 깨치고 사람 구실에 한 발짝 다가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그 소요시간과 운항궤도는 당초 예상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한다. 완벽한 계산을 통해 발사했음에도 궤도 수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는 것이다. 오직 최종 목표만은 잊지 않은 채 환경에 맞춰 다른 길을 찾고 또 찾은 끝에 달에 이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때론 삶의 항로에도 궤도수정 필요
광고 로드중
‘오늘 하루/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없어서는 아니 될/하나의/길이 된다/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사랑의 말들도/다른 이를 통해 /내안에 들어와/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일을 하다 겪게 되는/사소한 갈등과 고민/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살아갈수록/뭉게뭉게 피어오르는/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도/내가 되기 위해/꼭 필요한 것이라고/오늘도 몇 번이고/고개 끄덕이면서/빛을 그리워하는 나’(이해인의 ‘길 위에서’)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