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어렵다고? 울화 치밀어 잠 못자”
‘신데렐라, 깜짝 금메달, 기적의 레이스….’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사진)가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알파인스키 2관왕에 오르자 각종 수식어가 쏟아졌다. 처음 도전한 활강을 시작으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작 김선주 자신은 이런 표현을 달갑지 않아 했다. “꾸준히 땀 흘리며 노력해왔는데 왜 깜짝 스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죠? 저는 김선주일 뿐입니다.”
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김선주는 여전했다. 당차고, 거침없는 성격에 발랄한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 스키의 대들보였다는 사실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듯이 말이다.
김선주는 첫 경기인 활강을 앞둔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긴장이 돼서가 아니다. 주위에서 “알파인스키 금메달은 어렵다” “정동현 정도 돼야 메달 후보”라는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슬로프에 올라갈 때까지 그런 말들을 수없이 들으면서 ‘나를 꼭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오기가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주가 2관왕에 오른 것은 그만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제대회로는 처음으로 활강에 도전한 그는 “연습 첫날은 몸에 힘이 들어갔는지 어깨에 담이 왔을 정도였는데 경기 당일에는 오히려 편하게 경기를 했다. 나는 실전형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4일 슈퍼콤바인드 회전 경기에서 3관왕에 도전했지만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졌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슬로프를 다시 올라 경기를 마쳤다.
○ 선주는 깜찍 발랄하다
○ 선주는 프로다
김선주는 “지금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기라는 건 한때라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대단하다며 호들갑을 떨어도 나 스스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20위권에 들기 전에는 바람 들고 싶지 않아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80번째로 뛰었던 부끄러운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인터뷰 말미에 김선주는 기자와 의남매를 맺기로 했다. 지난해 그가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훈련장에서의 첫 만남에 이어 이번 대회 알마티까지 찾아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단다. “관심이 없을 때 지켜봐준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스키어가 되고 싶다”는 김선주의 포부가 더욱 미덥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