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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으세요?” 질문에 석 선장 “좋아서…”

입력 | 2011-02-03 13:50:47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이 3일 의식을 회복하고 말문을 열었다. 오만에서 국내로 호송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지 사흘 반, 구출작전 중 부상 당한지 13일 만이다.

병원 측은 석 선장이 이날 오전 7시 인공호흡기를 떼고 혼자 힘으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오전 8시 32분 입을 통해 기관(氣管)으로 연결했던 튜브마저 제거하자 석 선장은 얼굴을 움찔하며 깊은 호흡을 내쉰 뒤 눈을 떴다고 전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이 눈을 뜬 석 선장에게 말을 걸자 반응했고 이어 입을 뗐다.

―유 원장: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가리키며)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석 선장: (말없이 미소를 지음.)

―유 원장: “왜 웃으세요?”

―석 선장: “좋아서….”

첫 마디가 나온 후 부인 최진희 씨(58)와 둘째 아들 현수 씨(31)가 내려와 석 선장을 불렀을 때도 석 선장은 가족을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 선장은 오랜 수면과 지속적인 진통제 투여로 아직 긴 대화는 어렵지만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대화도 가능할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이날 석 선장의 혈소판 수치는 마이크로리터당 21만5000을 유지하면서 정상 범위에 들어섰다. 석 선장의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했던 패혈증과 DIC(혈관 안에서 혈액이 응고해 파괴되는 증상)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는 의미다. 또 혈압은 140(수축기)~90mmHg(이완기), 맥박 분당 100회, 체온 38도를 유지했다. 소변량은 시간당 100cc를 보였다.

의료진은 “석 선장이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며 다음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쯤 아직 닫지 않은 수술부위를 봉합하고 총상으로 부서진 팔과 다리뼈를 치료하는 정형외과 수술을 할 계획이다.



▼ “살아줘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부인인 최진희 씨(58)는 3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13층에 마련된 VIP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복되는 남편의 모습을 설명하며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석 선장이 이날 오전 눈을 뜨고 주위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는 등 의식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 씨는 “남편이 설에 깨어나 뜻있는 설이다. (나까지도) 세상을 다시 사는 느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석 선장 가족에겐 가장 뜻 깊은 ‘설 선물’을 받은 것과 같았다.

최 씨는 “(유희석) 병원장님이 남편더러 제가 누구냐니까 ‘집사람’이라더라. ‘이제 살았구나’ 했다”며 긴 잠에서 깨 자신을 알아보는 첫 모습을 회상했다. 그는 또 “남편이 건강해지면 배는 절대로 못 타게 하겠다”며 그동안의 맘고생을 표현했다.

최 씨 등 석 선장 가족들은 석 선장의 빠른 회복에 대한 공을 의료진 및 그동안 응원을 보내준 일반 시민들에게 돌렸다. 석 선장의 둘째 아들인 현수 씨(31)는 “담당의인 이국종 선생님을 비롯해 아버지를 치료하시는 모든 분들이 고생 많았다”며 “오만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버지 뉴스 봤다’며 한식 차려주셨던 분과 광주에서 힘내라고 보내주신 죽을 보면서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원=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