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출간 책 “획일적 복지, 예산낭비”→ 2011년 신년회견 “보편적 복지, 시대요구”한나라 “자기 부정” 비판
민주당, 갈라선 ‘복지’ 민주당 내에서 복지정책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손학규 대표(오른쪽)와 증세를 주장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왼쪽)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아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손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홍 최고위원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복지정책 수립에 손 대표의 책을 참조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는 민주노동당의 정강정책과 똑같다”며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 초기에 14%까지 지지도가 올랐다가 3.9%로 폭락한 원인이 어디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도 복지 공방으로 시끄러웠다.
○ 한나라당, ‘손 대표, 자신을 부정하나’
홍 최고위원이 거론한 책은 손 대표가 1998년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패배한 후 미국에서 8개월여 동안 체류하면서 각종 정책과 철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쓴 것이다. 손 대표는 이 책에서 무책임한 복지체계의 폐해를 지적해 현재 보편적 복지와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강조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손 대표가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무상복지의 병폐와 허구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19일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 “이제 우리가 2만 불 시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건 기본이고, 사람을 다 똑같이 대접을 한다. 똑같은 인격체로 대접을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민주당 복지 노선 갈등
그러자 부유세 신설 등 증세론을 펴온 정동영 최고위원은 “복지를 얘기하면서 세금을 얘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은 당원 투표를 통해서 결정돼야 한다”며 부유세 도입 여부를 전(全) 당원투표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 이회창, 무상복지 비판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31일 대전 중구 대전시립노인종합복지관에서 급식 봉사활동을 하기에 앞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란 것은 국가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표를 얻기 위해 ‘무상’ ‘무상’ 하다 보니 나중에 복지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민주당 손 대표가 증세 없는 무상복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표만을 의식한 대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