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해적수사 어떻게
○ 납치부터 생포 때까지 모든 행위가 수사 대상
해적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해상강도 살인미수, 선박에 대한 위해행위, 구출작전을 펼친 해군부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세 가지. 수사 대상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순간부터 청해부대의 인질 구출작전으로 생포될 때까지 모든 과정이다. 한국 선박 납치를 사전에 계획했는지 여부, 선박 강탈 뒤 강제 운항, 선원 억류와 인질 몸값 요구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석 선장에게 총을 쏜 무함마드 아라이의 혐의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다. 수사 첫날인 30일에는 장거리 비행, 시차 등을 감안해 오후 5시까지 신원확인 등 기본 조사만 벌인 뒤 부산해경 유치장으로 입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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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국선박 피랍 연관성도 수사
수사 대상에는 동원호(2006년), 마부노호(2007년), 삼호드림호(2010년), 금미305호(2010년) 등 과거 소말리아 해상에서 납치됐다 풀려났거나 여전히 억류 중인 피랍사건도 포함돼 있다. 한국 선박만 노린 소말리아 해적그룹이 사건 주모자라면 생포 해적들이 옛 한국선박 납치 범죄에 가담했을 여지가 크기 때문. 이번 수사에서 현장 납치 주동자, 배후조종 세력 등을 밝혀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소말리아와 한국이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데다 소말리아 현지에 있을 배후세력을 검거하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적 가운데 일부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직업을 ‘군인’이라고 밝힌 만큼 소말리아 군벌 소속과 국제 해적단체의 연계 여부도 조사한다. 석방 협상에 어려움이 많은 금미305호 문제를 풀 실마리가 있는지도 포함했다. 우리 선박과 소말리아 해적이 관련된 모든 부분을 수사 대상으로 볼 수 있다.
○ 통역, 범행 떠넘기기…수사 곳곳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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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전략도 뚫어야 한다. 해적들은 입을 맞춘 듯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동료 해적이 선장을 쐈다” “다른 사람들이 배를 납치한 뒤 배에 탔을 뿐 관련 없다” “일자리가 하나 있다고 해서 배에 탔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렸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본부는 “이미 선원 자필진술서와 청해부대 영상 등 수사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