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수적 개신교인들이 서울 강남 봉은사에 들어가 대웅전 안팎에서 손을 들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며 우상 타파를 외치는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이 널리 퍼졌다. 개신교와 불교는 신앙적으로 경쟁관계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봉은사 땅 밟기’는 신앙 이전에 에티켓의 문제다. 성경의 사도행전을 보면 기독교 최초의 선교사 바울의 그리스 아테네 선교 장면이 나온다. 여러 신을 숭배하는 아테네인은 그것만으로도 불안해서 ‘알지 못하는 신’의 제단까지 세워놓았다. 바울의 선교는 우상 타파가 아니라 이 알지 못하는 신을 소개하겠다며 시작됐다. 바울의 선교에는 최소한의 에티켓이 있었던 것이다.
▷길 목사는 한기총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불교계의 ‘템플스테이’에 ‘처치스테이’로 맞불을 놓았다. 불교계는 올해 정부 예산에서 ‘템플스테이’ 지원이 깎였다고 화냈지만 개신교계는 정부 지원이 불교에만 간다고 불만이었다. 일찍부터 ‘템플스테이’를 하던 불교계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갈등이 커지기 전에 두 수장이 만나 화해를 모색한 것은 잘된 일이다. 길 목사는 ‘처치스테이’ 예산을 자체 조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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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