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예쁜 아줌마 보내라”는 노인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함께 노인요양보호사라는 신종 직업이 생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도 시험 없이 일정 시간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다할 학력 경력이 없는 중장년 주부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2월 현재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만 73만7000명에 이른다.
그런데 취업한 노인요양보호사의 절반가량이 자신의 가족을 돌보며 요양급여를 받고 있다.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 집에서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요양급여(60~90분에 1만6120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가족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불법은 아니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와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노인요양보험료는 국민이 소득 수준에 따라 부담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시설에 있든, 집에서 돌보는 노인이든 부양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수혜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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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이 사라지는 日아동수당
일본의 아동수당도 대표적인 현금지급 복지정책이다. 민주당의 집권에는 2009년 중의원 선거 당시 아동수당을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씩 주겠다는 공약도 크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막상 정권을 잡고 보니 재정상황이 넉넉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6월부터 당초 공약의 절반 수준인 1만3000엔을 중학생 이하 자녀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 돈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지난주 만났던 일본인 하시모토 다케야 씨는 “통장으로 아동수당이 입금되지만 생활비에 섞여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은 소비 진작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아동수당을 풀었다고 해서 경기가 좋아졌다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위험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다. 누구나 실업이나 질병 같은 비극에 직면할 수 있다.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국민 모두가 복지 혜택을 누리는 선진국형 복지로 가는 건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노인요양보험이나 일본 아동수당에서 보듯 현금 지급은 건전한 중산층의 윤리의식을 야금야금 병들게 한다. 복지로 지출되는 재정도 문제지만 복지가 가져오는 정신의 해이, 그게 더 큰일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