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장률 6.1%로 8년만에 최고… 4분기 건설경기는 12년만에 최악
지난해 한국 경제가 전년보다 6.1% 성장하면서 2002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로, 수출 호조와 제조업 생산,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이고, 치솟는 물가로 서민경기는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해 고성장의 과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런 건설경기 불황은 처음”
주택경기가 매매, 전·월세 시장을 중심으로 바닥을 치고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긴 하지만 이런 온기가 건설경기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81곳의 1월 아파트 분양 물량이 단 한 채도 없다”며 “2002년부터 분양 실적을 집계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112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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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성장률은 작년 4분기에 0.7% 감소해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연간으론 14.6%에 이르러 건설업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과 내수의 호조 덕분에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OECD 30개 회원국 중 터키에 이은 2위로 예상된다.
○ 물가 불안이 더 걱정
한국 경제의 ‘GDP 서프라이즈’를 마냥 반기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돼 확산 일로에 있는 물가 불안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전국 213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1년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뜻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7%로 전달보다 0.4%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09년 7월의 3.8%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범위(3±1%)의 상한선을 위협하는 것이다. 물가 불안은 소비자의 체감경기에도 영향을 미쳐 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2개월 연속 하락했고, 경기전망 CSI는 97로 2009년 3월의 64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교역 조건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5.8%로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도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해 1인당 GDI가 2만500달러를 넘어 2007년 이후 3년 만에 2만 달러대에 복귀할 것으로 추산하지만 물가가 치솟을 경우 소득이 늘어난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해 통화정책의 무게를 경제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두겠다고 밝힌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다음 달에도 추가로 인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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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