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목에 걸고 체조…68kg보트 머리 이고…얼음물 풍덩대표팀 “승부욕 키워 메달밭 옛 영광 되찾자”… 극기훈련
‘이를 악물고 금메달을 향해!’ 24일 인천 무의도에서 열린 해병대캠프에 참가한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트를 머리에 인 채 구보를 하고 있다. 이날 대표선수들은 영하 10.5도의 강추위에도 상의까지 벗은 채 투지를 불살랐다. 무의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단이 23일부터 사흘간 인천 무의도에서 해병대 훈련에 참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노 골드’의 수모를 털어내기 위해서다. 공모제를 통해 구성된 코치진 8명도 선수 34명과 함께 이번 해병대 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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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조교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선수들을 긴장시킨 가운데 IBS육상훈련이 시작됐다. 얼음처럼 차가운 30kg짜리 폐타이어를 목에 걸고 죽음의 PT체조와 선착순 달리기를 실시했다. 이어 무게가 68kg이나 되는 보트를 8명의 선수가 머리에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서기도 반복했다.
여자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동메달리스트인 김형주(27·창원시청)는 “남자 선수들에게 뒤질 수는 없다. 레슬링 훈련보다 힘들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훈련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조교는 “이제 땀도 났으니 남자 선수들은 상의 탈의 실시”라고 외쳤다. 남자 선수들은 “악” 소리와 함께 윗옷을 벗었다. 추위를 이겨내려는 듯 선수들의 목소리는 시작할 때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지상 훈련은 몸 풀기에 지나지 않았다. 해병대 훈련의 백미인 진수(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을 의미) 훈련이 이어졌다. 선수들은 머리에 보트를 지고 물가까지 약 300m를 기어갔다. 썰물인 탓에 온몸은 진흙 범벅이 됐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다리를 적시는 순간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나왔다. 입술이 파래졌고 온몸은 차갑게 굳었다. 그런데도 참고 견뎠다. 그러고는 “우리는 최강 레슬러”를 외치며 뭍으로 뛰어나와 오전 훈련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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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꼈던 서해 바다도 진수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뭍으로 돌아오자 약간은 녹아 있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꽁꽁 얼었던 레슬링의 금맥이 확 뚫리는 느낌이었다.
무의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영준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