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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한국 건설 현장 3, 4곳 피습

입력 | 2011-01-24 03:00:00

리비아 정부 “건설중인 아파트 모두 국민의 것” 발언 와전




리비아에 있는 한국 건설회사의 공사 현장이 현지 주민들로부터 습격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3일 건설업계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14, 15일 사이에 리비아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의 공사장 3, 4곳이 습격을 당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없으나 재산피해는 전체 45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건설업체인 A사가 운영하는 주택 공사현장에는 14일 새벽 100여 명의 주민이 몰려와 건설자재뿐만 아니라 개인 소장품을 훔쳐 갔으며 공사용 차량과 창고에 불까지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심 지역과 다소 떨어진 토브루크 사르만 지역에 현장을 두고 있는 B건설 현장에서는 화재로 현장 일부가 훼손되고 진압 과정에서 유혈 사태도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도 발생해 한국 근로자 1명은 현지 주민에게 구타를 당해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무단 점거가 끝나고 공사가 재개된 상태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업체 이외에도 터키,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의 건설업체 공사장도 비슷한 피해를 입어 이번 습격이 한국 건설업체만을 노린 일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리비아 정부의 대국민 담화 내용 중 “건설 중인 아파트 모두가 국민의 것”이라는 내용이 와전되면서 주민들이 서로 아파트를 미리 차지하겠다며 건설 중인 아파트에 난입해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것. 폭동이나 테러는 아니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리비아에서 공사 중인 주택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사례는 반정부 시위나 반한 감정에 의한 조직적인 폭동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리비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건물 골조만 완성되면 공사가 끝난 줄 알고 밀고 들어와 사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사태는) 이들을 내쫓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심해지자 흥분한 다른 주민들까지 가세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리비아 정부가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와 건설사들이 피해규모를 정확하게 산출 중”이라며 “신속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29일 예정대로 리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습격사건 이전에 정 장관은 알바그다디 알리 알마무디 총리와 무함마드 마투크 공공사업부 장관을 만나 양국 건설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리비아 방문 계획이 확정돼 있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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