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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재스민 향기 못 넘어오게 하라”

입력 | 2011-01-24 03:00:00


지구상의 마지막 ‘민주화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아랍 독재국들이 튀니지발 ‘재스민 혁명’으로 당황하고 있다. 아랍권의 위기의식은 19일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정상회의에서도 잘 드러났다. 회의 주제는 당초 무역과 투자 증진 방안 모색이었지만 튀니지 사태로 ‘빈곤 퇴치’로 옮겨갔다. 아랍국들은 튀니지 시민혁명의 촉매가 된 실업과 고물가를 완화하기 위해 2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방세계를 향해서는 “(아랍국들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움직임에 경고를 보낸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알제리 이집트 리비아 수단 요르단 5개국을 다음 혁명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튀니지와 인접한 알제리는 1999년부터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73)이 집권 중이다. 최근 그의 건강이상설이 나온 데다 반정부 시위도 어느 나라보다 거세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82)이 30년째 집권 중인 이집트도 대표적인 장기독재국가. 무바라크 대통령도 최근 건강이 악화돼 향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69)가 42년이나 통치하고 있는 리비아의 경우 아들에게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튜브 등에 따르면 일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통제가 심해 외부 언론에 시위 소식이 알려진 적은 없다.

20년째 권좌에 있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67)은 최근 남부 수단 분리 국민투표로 정치적 위협은 일단 비켜간 상태. 독재가 워낙 굳건해 당분간 혁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요르단도 최근 실업률과 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지만 시위대가 국왕을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아랍국들에서 당장 ‘시민혁명 도미노’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튀니지는 많이 서구화된 국가여서 정부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엔 정권이 군을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 산유국은 불만이 커지면 돈을 풀거나 감세안을 내놓아 민심을 진정시킬 대책들이 있고 왕족들이 지배하는 국가에는 왕에게 순종하는 문화가 워낙 강한 것도 걸림돌이다.

튀니지혁명은 미국에는 새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는 게 포린폴리시의 분석이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덕적 십자군주의’에서 탈피해 외교 다변화를 꾀하며 ‘실용주의적 외교’를 펴 온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랍의 친미독재국가(사우디 이집트 알제리 바레인 등)에서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고 운동가들이 투옥되는 경우 이를 눈감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