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00조 이상 지주회사 4곳 경쟁 ‘영업대전’ 불보듯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올해 은행권의 영업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계기로 우리, KB, 하나, 신한 등 자산 300조 원 이상의 ‘4강(强) 금융지주’ 체제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 1위인 우리금융(332조 원)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4위로 내려앉게 된 신한금융(311조 원)의 격차는 21조 원. 어느 한 곳의 영업이 멈칫할 경우 순위가 수개월 내에 뒤바뀔 수 있는 구도다. 이에 따라 상품개발 능력은 영업경쟁의 희비를 가를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으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면 다른 은행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금융상품을 적기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
○ 2010년 은행의 히트상품은?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각각의 히트상품을 가지고 올해부터 치러질 영업대전의 전초전을 치렀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히트상품으로 꼽은 것은 ‘KB 와이즈(Wise) 플랜 적금&펀드’다. 지난해 8월 16일 나온 지 4일 만에 10만 계좌를 돌파해 이달 14일 기준으로 38만 계좌 가까이 가입했다. 여기에 몰린 돈만 5883억 원. 증시 상황에 맞춰 펀드와 적금에 자동으로 분산 투자하도록 설계된 게 고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우리은행은 단연 ‘키위 정기예금’을 꼽았다. 고객의 예금액과 거래실적에 따라 추가 금리를 주고 우리은행 거래실적에 따른 멤버스포인트를 캐시백 형태로 정기예금 원금에 합산해 주는 게 특징. 이 상품이 처음 나온 때는 2009년 3월이지만 대박을 터뜨린 것은 지난해이다. 지금까지 판매실적 19조30억 원 가운데 15조1450억 원이 지난해 들어온 예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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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타깃 고객’ 더 세분화”
국민은행 관계자는 “연령, 소득, 지역별 고객을 더욱 정밀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고객층에게 적합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특히 미래 성장 기반인 20, 30대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상품개발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고객 세분화와 이에 따른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등 우리 사회의 메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점도 여러 은행이 밝힌 상품개발전략이다. 외환은행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와 행복을 설계할 수 있는 실버 상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고, 우리은행도 “저출산과 고령화를 대비해 자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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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저금리시대에 대비한 상품이 많았다면 올해에는 금리상승기에 대비한 상품 개발에 역점을 둘 것이란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나은행은 “올해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역시 금리 상승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기 변동형 상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