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남북고위급군사회담 개최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수용해 조만간 의제 논의를 위한 예비회담이 열리게 됐다. 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해소하는 문제에) 대하여’라고 밝혔다. 예비회담을 해봐야겠지만 일단 국방장관급을 포함한 남북 고위 군사당국자가 북한의 무력도발 처리방안을 놓고 마주 앉는 계기는 마련됐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10시간도 안 돼 이번 제의를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진지하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조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최근 6자회담 개최보다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을 대화 테이블로 남한을 끌어들이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남북대화를 거론한 뒤 5일, 8일, 14일 잇따라 대화 공세를 펴왔다.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위한 당국 간 대화를 역(逆)제의했다. 남북이 주고받는 과정에서 대화의 접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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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후진타오의 ‘북핵 대응’ 실망스럽다
북한이 우리 측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기 직전에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남북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평화 파괴자인 북한에 분명한 목소리로 책임을 묻지 않아 적잖이 실망스럽다. 공동성명에 담긴 지역 현안 가운데 북한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북한에 압박을 가할 만한 강력한 메시지가 없었다. 두 정상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서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정도에 그쳤다. ‘핵 참화’ 협박을 서슴없이 하는 북한이 미중 정상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압박을 느낄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은 계속 북한을 감싸고, 미국은 말로만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미중이 북핵에 단호하게 대응해야만 북이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고 한국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북핵의 실체가 분명해지면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비전도 동력을 잃는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도 자위(自衛) 차원에서 핵무장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