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입지선정 놓고 내홍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이 내홍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내 논란이 될 수 있으니 언급을 자제하라”고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정두언 최고위원은 곧장 기자실로 내려와 ‘입지선정 원점 재검토’ 발언을 한 임기철 대통령과학기술비서관의 문책을 요구했다.
○ 자제 안 되는 과학벨트 논란
정 최고위원은 “과학벨트 논란은 대통령과학기술비서관이 ‘대통령 공약사항을 지킬 필요가 없는 여건’이라고 해 촉발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게 얼마나 큰 문제냐. 한나라당과 충청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발언을 한 이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비서관은 6일 대덕특구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과학벨트 후보지는 전국을 대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과 달라진 측면이 있고 지금은 공약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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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당초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대전에서 열려다 장소를 바꾼 것도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정리되지 못한 채 대전에 가봐야 욕만 먹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 당청 갈등과 지역 갈등 뒤섞여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직권상정해 통과시키면서 ‘끼워넣기’ 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에선 입지 선정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대구경북(TK)이나 전남·광주에 과학벨트를 주는 것보다 충청권에 주는 게 내년 총선과 대선의 득표 전략에 유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TK나 호남엔 과학벨트를 주나 안 주나 표를 얻고 잃는 데 별 영향이 없다는 논리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사석에서 “결국 (충청권에) 줄 수밖에 없는데 기분 나쁘게 주면 (충청권 주민들이)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고도 고맙다는 소리도 못 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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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총선과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느냐, 청와대 및 정부가 권한을 지키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막느냐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하나의 갈등 지점은 지역 문제다.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 등 TK 지역 의원들은 ‘당연히 입지 선정을 공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의 정두언 나경원 최고위원과 충청권의 박성효 최고위원은 “굳이 과학벨트를 ‘제2의 세종시’로 만들어 표를 갉아먹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맞서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
연구개발단지, 교육단지, 지식산업단지를 모아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를 융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대단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충남도에 관한 공약 중 하나다. 정부는 2015년까지 3조5487억 원을 투입해 벨트를 조성하고 2029년까지 212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