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군인 태우면 안되나… 상선 아닌 전함 간주돼 ‘영유권 침해’
▶본보 17일자 A1면 참조
배를 소유한 선사들은 일단 불만이다. 사설 보안요원들을 배에 태우는 비용이 한 번에 최고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해운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늘 그렇듯 정부의 지원부터 촉구하고 있다.
○ 해적 막는 데 용병이 최선?
아무리 해적 소탕을 위해서라지만 총기 등 화기(火器)로 무장한 군인이 민간 선박에 탑승하면 심각한 외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형 선박은 여러 나라의 해역을 드나드는데, 다른 나라의 해역에 들어갔을 때 무장군인이 타고 있다면 상선이 아닌 전투함으로 간주돼 ‘영유권 침해’가 된다.
그렇다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선원들이 총기를 소지하도록 하면 어떨까. 우선 국내 해역에서는 국내법인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총기를 소지할 수 없다. 또 각 나라의 영해에 들어갈 때마다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야 하는데 이 절차가 복잡해 선원들의 총기 소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육책으로 나온 대안이 사설 보안요원 탑승이다. 사설 보안요원은 거의 예외 없이 영국과 프랑스 출신 용병들이었다. 최근엔 미국 국적의 용병도 늘고 있다.
○ 정부 “사후 대응에서 예방으로 전환”
정부 당국자는 17일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대처를 ‘사후 대응’에서 ‘발생 전 예방’의 패러다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적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국제공조를 통한 해적 퇴치는 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해적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소, 소말리아 해적퇴치 연락그룹(CGPCS) 등 국제적 조직이 추진하는 해적 퇴치 대책은 관련국들의 미지근한 협조 때문에 사실상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해적 출몰지역을 지나는 전 세계 선박의 20%, 물동량의 29%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해적 퇴치를 위한 기여도가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다. 한국이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신탁기금’에 낸 돈은 불과 5만 달러. 반면 일본은 100만 달러 이상을 기여했다.
아덴 만 지역의 연합함대에 구축함 1척만 파견한 것도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태국은 구축함 2척을 연합함대에 파견한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충무공 이순신함 외에 구축함 1척을 연합함대에 추가 파견할 것을 검토했으나 천안함 사건 이후 어렵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