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칠까 말까” “방과 후 학교 확대? 축소?” 교장 및 일선교사 등 곤혹
특히 서울 경기지역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요즘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각종 교육정책을 두고 사사건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 교과부가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고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하자 이들 시도교육청은 “강제 참여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교과부는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들 시도교육청은 아예 시험 자체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체벌금지를 둘러싼 대립도 좁혀지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체벌 전면금지 방침을 내놓자 교과부는 “팔굽혀펴기 등 일부 대체 지도는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도교육청은 “신체적 처벌은 절대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 방과후 학교 신청만 하고 참여하지 않는 학생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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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한 고교에선 13% 정도였던 방과후 학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가 교육청 발표 이후 이를 잠정 보류했다. 이 학교 교감은 “각 과목 부장교사들이 한 달간 하루 2∼3시간씩 진행한 회의가 모두 쓸모없어진 셈”이라며 “다음 학기엔 참여를 독려해야 할지,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당장 겨울방학 방과후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방과후 학교 참여를 두고 ‘해야 한다’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는 과정에서 ‘방과후 학교가 과연 대학입시에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를 갖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면서 “많은 학생이 신청만 해놓고 막상 수업엔 들어오지 않는 탓에 수업진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고 전했다.
○‘시험 보게 해달라’는 학부모 항의로 몰래 사설 모의고사 보기도
시험 실시계획을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교과부는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요구하는 반면 이들 교육청은 시험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려고 한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줘야 할지, 시험이 아닌 다양한 평가방식에 대해 연구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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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전국단위 학력평가는 고교생에게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가늠해보도록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리허설’과 같다”면서 “전국단위 학력평가 시행 횟수를 줄인 건 대학입시라는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과부와 교육청뿐 아니라 학부모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서울의 한 고교에선 학력평가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초 교사와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긴급 소집됐다. 이 회의에선 ‘방과후 학교에 기출문제 풀이반을 별도로 마련한다’ ‘사설 모의고사 시험지를 별도로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준다’는 등의 대안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학부모의 거센 항의로 일부 고교에선 몰래 학교 내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체벌 아니냐’는 학생의 항의에도 ‘할 말 없음’
학생지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체벌금지 정책은 도입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 서울의 한 고교에선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지각을 한 학생에게 “5분 동안 손을 들고 서 있으라”고 말한 교사에게 학생이 “이것도 체벌 아니냐”며 항의한 것. 이 학교 A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당시엔 ‘어디서 대드느냐’면서 넘어갔지만 막상 학생의 말에 명확히 ‘아니다’라고 답할 수 없었다”면서 “체벌금지엔 찬성하지만 체벌에 대한 뚜렷한 기준과 대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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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한 학부모 J 씨(48·서울 서초구·여)는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회도 덩달아 바빠졌다”면서 “교육현장을 무시한 정책 대립이 하루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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