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맥팔레인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미국이 10년째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안보구축과 정세안정이 요원해 보인다’고 썼다. 국가 안보는 전투기 함정 전차로만 지키는 게 아니다. 가진 것과 지킬 것이 많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나라여야 국가 안보가 튼튼해진다. 지도층이 누구보다 청렴해야 대다수 국민이 나라를 지키고 세금을 내고 싶어진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국정 운영의 두 축으로 안보와 경제를 제시했다. 지난해 드러난 안보 태세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방 개혁과 전투능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후방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조직이 부패해 있다면 젊은이들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최전방에서 순찰을 돌고 싶은 마음이 들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 4년차를 맞으면서 공직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로비업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전 경찰청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근까지 청와대 감찰팀장을 지낸 사람도 이 로비업자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의혹에 정치인, 경찰, 전직 차관, 공기업 사장 등 지도층 수십 명이 줄줄이 연루돼 있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관리, 감독 역할을 맡고 있는 청와대의 능력과 자세에도 근본적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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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법무법인에서 받은 성과급에 대해서도 규명이 필요하다. 그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한 2008, 2009년에는 국무총리실 민간사찰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사람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세우며 청와대는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현 정부가 스스로 내건 ‘공정 사회’ 구호가 무색해진다. 정부는 부패와 특권의 타파가 곧 안보 강화라는 인식 아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