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란 게 쉬운 일이 아니죠. 피를 말리고. 늘 어려웠고.”
국제축구연맹(FIFA) 5번째 임기에 도전했던 정몽준(60) 부회장의 얼굴에는 피곤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24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가 열린 6일(현지시간) 도하 쉐라톤 호텔.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이번 회의에는 FIFA 제프 블래터 회장, 모하메드 빈 함맘 AFC 회장 등 국제 축구계를 이끌어가는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블래터 회장보다 한 걸음 뒤에 서서 총회장으로 입장했다. 둘의 소원한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대목.
올해 선거는 유독 치열했다. 눈치작전이 계속됐고, 피아 구분 없는 백병전 양상이었다. 쉐라톤 호텔은 총회장이었을 뿐, 대부분의 회의와 작전 전개는 정 부회장의 캠프가 마련된 리츠칼튼 호텔에서 벌어졌다.
특히 호텔 1층 로비에 마련된 식당과 커피숍이 주 무대였다.
누가 적인지, 누가 우군인지 알 겨를이 없었다.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야 했고 한 번 더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누군가는 “밥 먹을 새도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정 부회장이 따로 예약해둔 미팅 룸 근처에는 사진기를 든 레바논계 여성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고 한다. 정 부회장 캠프 관계자들이 누군가와 만날 때마다 이들 여성들은 층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다.
총회 당일 다시 만난 파커리는 “매우 터프한 게임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동이 모두 연합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고, 왕자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