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적…10표 이상 이탈
한때 기적의 땅이었던 카타르 도하는 한국 축구 참사의 현장이 됐다. 당초 정 부회장의 선거 캠프에서는 최소 30표 이상을 무난히 득표할 것으로 내다봤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무려 10표 이상 이탈 표가 나온 셈이다.
○변심 표를 예측 못했다?
도하 리츠칼튼 호텔에 마련된 정 부회장의 선거 캠프에서는 걸프 연안 국가들이 정 부회장 캠프의 바람과는 달리 끈끈히 뭉쳐져 있음이 감지됐다.
중동은 10대4 정도로 표가 분산됐지만 믿었던 일본, 중국과 일부 약소국들이 요르단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요르단 관계자도 “꼭 걸프 연안국들 전부가 지지했다고 볼 수 없다. 우린 아시아 전 지역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중국 장지룡 위원은 애초에 정 부회장을 찍을 수 없었다. 알리 왕자와 가까운 OCA(올림픽평의회) 경기위원장 직함을 맡고 있는데다 FIFA 집행위원 후보로 나선 탓에 먼저 투표가 진행된 정 부회장의 당선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총회장에 있던 AFC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탈락했을 때, 동티모르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권 인사들이 큰 환호성을 질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지지를 호소했던 정 부회장은 “우린 인접 국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패배 원인은
2009년 함맘 회장이 FIFA 집행위원 선거에 나설 때 정 부회장이 대항마로 나선 셰이크 살만 바레인축구협회장을 공개 지지하면서 반목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보다 요르단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못했다. 당시 요르단은 함맘 회장을 지지하다 경선 직전에 등을 돌려 사이가 멀어졌다. 정 부회장은 작년부터 함맘 회장과 뜻을 함께 하며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요르단은 함맘 회장이 추진한 비전 프로젝트 덕택에 2000년 축구협회 건물까지 선물 받았던 국가였기에 함맘 회장의 분노가 훨씬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쓸쓸히 총회장을 빠져나갈 때 함맘 회장의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